빈 집
은조 김 유 연
봄 되기 전 나락을 새싹으로 튀워 꿈을 키우고
논두렁에 초록의 물결 가다듬어
못 줄에 걸린 여덟 새끼들
잘 돼라 정안수 떠놓고 기도하듯
풍요로운 가을걷이를 꿈꾸며 미소짓는다
땡볕 여름 한 나절
구부정한 허리 붉은 고추에 목을 메고
한 포대 두 포대 꾹꾹 담아
속 없이 뛰노는 막둥이 불러 머리에 이어준다
걷기도 힘들게 먼 네 마지기 밭에서 돌아와
뒤안 서까래에 걸린 파리똥 묻은 양은소쿠리에 담긴 보리밥
찬 물에 말아 갓 딴 고추
손수 만든 된장에 찍어
이마에 맺힌 구슬땀과 함께 삼키며
마흔 넷에 얻은 늦둥이 쳐다보며
'어여 먹어' 하며 눈으로 말한다
어머니
5월 하늘은 당신 마음을 닮았습니다
약속 된 날 삼 일을 앞두고
급하게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길을 떠나셨습니다
당신 생의 고달픔
남겨진 자식의 슬픔보다 큰 지라
떠나신 마음을 지금에사 깨닫습니다
법성포에 우두커니 서있는 유년의 사랑 집
붉은 노을에 비춰진 어머니 얼굴
세월을 붙잡지 못하고 아침을 맞이 할 막내딸의 눈동자에 맺혀
가슴에 빈 집을 지어두고
끊어야만 했던 어머니의 한 맺힌 생
자식을 아끼는 애절한 사랑으로 채워
당신 미소로 승화시키겠습니다
어머니!
빈 집에
행복의 웃음꽃이 활짝 핍니다.
2022. 5. 28. 삼일공원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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